2022년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서현중학교 3학년 김강래입니다. 작년 대회는 라트비아 벤츠필스에서 개최되었어야 했으나 결국 불발되었고, 대신 국내에서 1박 2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과 섭섭함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4월 아시아 태평양 언어학 올림피아드는 원격이 아니라, 실제 시험장에서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국가대표 자격을 다시 갖게 되고, 올해 대회가 맨섬에서 대면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정말 기뻤습니다.

열흘 가량 영국 런던과 맨섬에서 여행을 다니고, 시험을 보고, 다른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과 친목을 다졌던 모든 일이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습니다. 맨섬에 도착하기 전에 친해져야 단체전을 잘 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번 대한민국 대표팀은 시험에 앞서 런던 시내를 여행하며 내셔널 갤러리, 대영박물관, 타워 브리지 등 이름 있는 장소들을 방문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관람했던 때였습니다! 며칠이었지만 몇 주를 다닌 것처럼 밀도 있는 일정이었고, 원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참가자들과도 많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맨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나라의 대표팀과 조우했습니다. 정말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이곳에서 열리는구나, 실감이 되었습니다. 런던에서의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듯이, 맨섬에서의 시간 역시 재빠르게 사라졌습니다. 기차를 타고 갈 때 초원 위 가득하던 양과 소, 버스를 타고 갈 때 유리창에 부딪혀 큰 소리를 내던 나뭇가지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말입니다.

교포분들을 만난 것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캐나다와 호주에서 오셨던 그 두 분이 하셨던 한국어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특히 캐나다의 두 팀과 에스토니아 팀에게 고맙습니다. 팀 리더분들이 저를 알아보실 만큼, 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 주었습니다. 시상식이 있던 그날, 단체전의 결과에 기뻐해 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저를 축복해 준 카자흐스탄 팀에게도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연락하는 친구들입니다.

이번 방학, 최고의 열흘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저인 것 같습니다. 아마 평생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값진 기억이자 경험이겠습니다. 런던과 맨섬에서 동행해 주신 팀 리더 두 분과 옵저버 서너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재밌는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문제 제작자분들, 대회 진행에 도움을 주신 모든 봉사자분들께도 말입니다. 작년 참가 수기에 적었던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참가 자격이 있는 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한 기억뿐입니다.

2022년 9월 1일
작성 | 김강래
– 서현중학교 3학년 재학
– IOL 2022 Isle of Man 국가대표 (말 팀), 단체전 금 트로피
– APLO 2022 동메달, KLO 2022/23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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